십이연기법으로 보는 돈이란?
Paragraph 5.4.1
십이연기법으로 보는 돈이란?
예를 들어 돈을 생각해 봅시다. 옛날에는 곡식이 돈이었을 때가 있었지요. 그 다음에는 무명베나 동전, 쇠붙이 따위가 돈이었던 때도 있었고, 또 황금이 돈이 되었다가, 황금을 대신해서 태환 지폐라는 종이돈이 나왔고, 요새는 불환 지폐가 되었지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종잇조각, 국가의 보증만 하나 붙어 있는 종잇조각이 돈인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2
그런데 이 돈이 우리에게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따져봅시다. 돈은 첫째, 관념으로 존재하고 둘째, 물질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돈’ 하면 우선 돈이라는 관념부터 떠올립니다. ‘돈 좋은 거지’ ‘돈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지’ ‘돈은 많을수록 좋지’ 같은 평소의 관념이 먼저 머리에 떠올라 자리를 잡습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3
그렇게 된 연후에 돈을 대하면 그건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닙니다. 관념이 배어들어간 돈은 정말 위력이 막강합니다. 그 돈이 사실은 종이인데, 인쇄된 종잇조각일 뿐인데, 그 앞에서 우리는 다른 어떤 대상에 대해서보다 더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충성도 바쳐 마지않습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4
그 돈을 불교 용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저는 그것을 명색名色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십이연기법에서 네 번째 항목이 명색입니다. ‘무명無明이 있으면 행行이 있고, 행이 있으면 식識이 있고, 식이 있으면 명색名色이 있다’고 했거든요. 일반적으로는 명색을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로 해석합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정신과 육신을 말합니다. 사람은 정신과 육신으로 이루어졌으므로 명색은 바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5
그런데 명색이 사람이라고 보는 해석은 ‘삼세양중인과설三世兩重因果設’1이라는 아주 전통적인 견해입니다. 삼세양중인과설은 윤회전생을 설명하는 측면에서 대단히 효율적이고 간명한 연기법의 해설입니다. 그러나 저는 십이연기법이 윤회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생멸 과정 중에 있는 사물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가 십이연기법이라고 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6
일체 고苦의 원인이 집集이니까, 또 일체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집성제이니까, 집성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십이연기법도 윤회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물론 윤회가 유력한 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밖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영역도 바로 십이연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부처님이 연기법을 설하신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7
그렇게 보면 사람만이 아니라 돈도 명색이지요. 휴지로 쓰기에도 불편한 쓸모없는 종잇조각을 돈으로 받아들여서 그 앞에 노예가 되다시피 하게 만드는 위력, 그 돈의 위력이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명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돈에 대해 갖는 관념, 돈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 선입견 그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관념 체계가 바로 명名입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인쇄된 종잇조각 모양이 색色입니다. 돈은 색으로만 있으면 아무 힘이 없지요. 명색으로 존재하니까 비로소 위력을 갖는 돈이 되는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8
그리고 그렇게 명색으로 있게끔 만드는 것은 바로 식識입니다. 식이 있기 때문에 명색이 있는 것이므로 바로 식이 그 원인입니다. 우리가 돈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는 것은 바로 식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식의 장난이고 식의 소산이지요. 식의 장난에 의해서 생기는 관념이 금전을 향하면 돈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9
우리가 돈에 울고불고하는 것도 결국은 식의 장난에서 생겨난 돈이라는 명색 때문입니다. 이렇듯 분잡한 서울살이의 목적 중의 하나인 돈이란 것은 실체가 아니라 명색일 뿐이며, 또 식의 소산일 뿐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10
십이연기법의 명색이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 한번 차용해 보았습니다. 명색으로서 사물을 이해하고, 사물이 존재하게 되는 원인과 그것이 멸하게 되는 과정을 명색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앞뒤를 같이 살펴야 합니다. 연기법의 맥락에서 명색의 앞뒤를 생각하면서 문제를 대하도록 훈련하면 바로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최고 진리인 사성제에 접근할 열쇠를 갖게 될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11
여러분은 무아無我라는 말 많이 들었지요? 불교의 무아는 다른 뜻이 아닙니다. 바로 ‘일체 존재는 연기緣起다’라는 것입니다. 일체 존재가 연기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무아입니다. 즉 불변하는 어떤 존재 자체가 있는 게 아니고, 있는 것은 연기일 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아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12
부처님 계실 당시 아我라는 개념이 인도의 브라만 사회에서 대단히 강했기 때문에 부처님이 무아라는 용어로 표현하셨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인연을 통해 생기고[緣已生] 인연을 통해 멸한다[緣已滅]’라는 연기법의 진행 과정입니다. 그 말은 하나의 프로세스 곧 하나의 전개 과정만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 되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어가는 그러한 전개 과정이 있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13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존재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은 식이 작동하여 생겨난 금전적 관념, 즉 명에 색이 달라붙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종잇조각으로 대하지 못하고 숭배하면서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다 보니 각종 고통이 발생하는 과정이 전개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과정을 멸하면 돈도 사라지게 됩니다. 즉 연이생緣已生 연이멸緣已滅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돈도 무아이고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Paragraph 5.4.14
‘분명히 눈앞에 사람이 있고 돈도 있는데, 왜 없다고 하느냐?’ 이러면 여전히 과정을 보지 못하고 뭔가 있는 것 같은 현상에 매달려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연기법이 이해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불교 사상이 연기법을 소외시키면서 헤매게 된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

_

Paragraph 5.4.15
불교의 최고 진리인 사성제는 십이연기법을 토대로 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연기의 과정이 바로 이해되지 않더라도 곁가지로 빠지려는 유혹을 멈추고, 연기법을 삶에 적용하여 이해하려고 자꾸 노력하다 보면 마침내 사성제에 의거해서 사물을 보는 바른 견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매사에서 연기법에 입각해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 공부를 하는 가장 진지하고 진솔한 자세가 될 것입니다.
  • 토론 Discussion

  1. (name)(text)
  2. (name)(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