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Paragraph 4.3.1
여기
‘여기’라는 말은 또 뭘까요? 여기. ‘여기’는 ‘저기’가 아닌 곳입니다. 바깥도 아니고 다른 데도 아닌 바로 그 자리. 시간적으로 지금처럼 곧 공간적으로는 여기인데, 이 여기는 그럼 어디일까요? 한국 땅입니까? 서울입니까? 인사동입니까? 우리가 모인 이 집 안입니까? 아닙니다. 여기라는 곳은 이 오온五蘊을 말합니다. 여기라는 공간, 이것도 관념이지요. 이 공간을 살고 있는 확실한 요소, 실제의 리얼한 요소는 ‘오온의 작용’ 말고는 없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여기는 관훈동 172번지가 아닙니다. ‘나’라고 하는 허구의 최심층 단위, 그 단위를 이루는 가장 리얼한 요소로서의 오온입니다. 물론 제법무아의 시선에서 보면 그것도 실재實在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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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4.3.2
그러나 허구에서 벗어나 실제實際를 통해 우리의 통찰력을 키우려고 하면 이 오온 말고 어디 다른 데서는 더 실제적인 것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바로 이 오온입니다.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즉 오온 중에 색온色蘊이 있습니다. 색온이 지금 ‘숨을 들이쉰다, 내쉰다’는 행을 하고 있습니다. 들이쉰다, 내쉰다. 〈염신경念身經〉에는 ‘신행身行을 고요히 하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행身行은 몸이 하고 있는 행위를 말하지요. 여러 행行 가운데 궁극적 의미에서 몸과 가장 불가분한, 그것이 없으면 몸이 존재하지 못하는 행은 바로 호흡입니다. 숨을 쉬지 않으면 결국 죽고 썩어서 몸도 사라지지 않습니까. 간단합니다. 그 신행, 즉 호흡을 보라는 말입니다. 바로 여기의 호흡을 보라는 말입니다. 왜 ‘호흡을 관하라’, ‘호흡을 염念하라’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관세음보살을 염할 수도 있고 별별 공부방법이 다 있는데, 왜 부처님은 ‘호흡을 보라’ 하시느냐? 처음부터 지금·여기를 보는 연습으로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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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4.3.3
‘지금·여기’에서 우리에게 가장 분명한 사실은 이 육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육신’이라는 마당에 호흡이라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만이 생생한 사실입니다. 과거의 호흡을 보라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호흡을 보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쉬었던 숨이 아니고 ‘지금·여기’서 일어나는 숨을 보라는 겁니다. 숨이 나가고 있으면 나가는 것을 보라. ‘숨이 들어오고 있으면 들어오는 것을 보라. 숨이 끊어졌으면 끊어진 것을 보라. ‘지금·여기’를 보라’ 그래서 호흡을 보라 하신 것입니다. 왜? 지금·여기를 보는 출발이 이 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염신경〉이 지금·여기를 보는 첫 연습으로서 몸을 보는 훈련을 담고 있습니다. 몸이 사념처 중 첫 번째 볼 것입니다. 사념처四念處는 몸 말고도 느낌, 마음, 법을 포함합니다. 〈염처경念處經〉은 지금·여기서 볼 네 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작은 염신念身부터입니다. 신身에 대한 염念부터 먼저 익혀야 지금·여기를 보는 훈련의 기초를 닦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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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4.3.4
그 다음이 느낌을 보는 공부지요. 공부 좀 해보신 분들은 경험이 다 있을 거예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떤 때는 얼굴에 실룩실룩 벌레가 기어갑니다. 이거 무슨 벌레가 기어가나 싶어 손을 대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한 느낌의 허구성을 알기 위해 ‘지금·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느낌을 찾으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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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4.3.5
또 지금·여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마음을 통해 나타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여기서 마음 상태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내 마음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어떤 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내 마음이 그냥 급전직하로 내려앉거나 가라앉는다, 또는 좁아진다, 그런 경험들 많이 하고 계시지요? 또는 말 한마디 듣고 갑자기 기분이 다 풀리고 좋아져 의기충천하다가 다시 소침해지다가 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가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지요. 이 역시 지금·여기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 마음 상태의 변화를 놓치지 말고 보라는 것입니다. 왜? 그것이 바로 지금·여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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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4.3.6
법이라는 측면에서도 지금·여기를 봅니다. 바로 법념처法念處지요. 예를 하나 들어보면, 내가 졸린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졸음이 온다,’ ‘졸음이 온다’고 보란 말이지요. 지금·여기 일어나는 걸 놔두고 딴 것에 정신을 팔지 말고 바로 그것을 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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