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법
Paragraph 2.1.1
제 이야기가 항상 어렵다는 질정을 많이 받아서, 오늘은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서 신문을 한 장 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가운데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일들이 사실 다 법문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게 잘 들으면 법문이고 그냥 예사로이 들으면 한낱 통속적인 말입니다. 그러니 법을 따로 멀리서 구하면 나날이 살아가는 이 삶의 현장이 바로 법문 장소임을 깨닫지 못한 채 지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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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2
‘신문에 실린 한 조각 글도 비록 대단히 비근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다 법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법문으로 들을 수 있는 귀를 뚫어야 하겠다, 그래서 이런 법회에 굳이 안 오시더라도 세상만사를 다 법으로 보는 그런 눈을 떠야 되겠다.’라는 생각에 이런 신문 조각 하나도 그대로가 법문임을 여러분께 증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세상만사를 법문으로 듣는 감상법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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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3
세상만사가 법
1993년 10월 6일자 신문의 〈이규태 코너〉입니다. 제목은 ‘조용필’입니다. 마침 그때 서울에서 가수 조용필 리사이틀이 크게 열린 것 같습니다. 혹시 읽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새로운 관심에서 들어보십시오.

우리 한국 사람들 외국에 나가면 바로 당일부터 한국 음식을 찾는 데 예외가 없다.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 음식으로 별식을 해봄직도 한데 말이다. 외국음식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이유로서 발효 미역味域설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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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4
발효는 식품의 발효를 말하고 미역이란 말은 맛 미味 자와 지역 역域 자니, 미감대라는 뜻이겠지요. 불교용어로는 육처六處 중에 설처舌處입니다. 이럴 땐 내외처內外處, 그러니까 안으로는 설, 밖으로는 미가 결합한 것이지요. 설은 맛을 보는 곳이니까요. 불교용어로는 설처를, 여기서는 미역이라고 서구적 표현을 썼습니다.

맛을 감지하는 혓바닥에는 쓰고, 달고, 시고, 맵고, 짠 맛을 감지하는 미역이 형성되는데, 그 나라 그 민족이 많이 먹어 내린 음식 맛을 감지하는 미역이 보다 민감해지고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에게 가장 발달한 미역은 바로 삭은 맛을 감지하는 발효 미역이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 대대로 먹어 내린 음식의 80%가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장아찌 같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면 그쪽 음식들이 한국인의 미각 유전질인 발효 미역을 충족시켜주지 않기에 생리적으로 고국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이 먹지 못하면 결핍을 느끼는 미역이 있듯이 듣지 못하면 결핍을 느끼는 청역聽域이라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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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5
이렇게 해서 음식 이야기에서 음악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판소리의 명창이나,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수의 가창이 그것에 와 닿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체구는 작지만 대형 가수인 조용필의 가창도 그런 한국적 청역에 만족감을 주는 굴지의 가수 가운데 하나다. 조용필은 대중가요에서 상실 되어가고 있는 한국인의 결핍된 청역을 자극하는 소수의 가수라 할 수 있다.
서양 집들은 외계와 내계를 두꺼운 벽과 문으로 완전 차단하고 있어서 외계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를 차단하고 산다. 이에 비해서 한국 집은 이웃 동네 개 짖는 소리며 풀벌레 소리 심지어는 눈 쌓이는 소리까지 스며들게 되어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음악을 아름답게 만들어 듣지만, 한국 사람의 음악 욕구는 스며들어서 한국적 정념인 정이나 한에 와 닿았을 때 만족을 한다. 조용필의 가창 속에는 바로 그 스며들어 정념에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제3의 소리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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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6
‘제3의 소리!’ 이게 재미있는 말인데, 나중에 곱씹어보지요.

서양 음악을 들으면 알파 뇌파가 발생, 잠재된 스트레스를 밖으로 발산시키는 물리작용을 하는데, 한국 음악을 들으면 베타 뇌파가 발생해서 잠재된 스트레스를 안에서 승화하는 화학작용을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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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7
서양음악은 물리적 효과, 한국음악은 화학적 효과랍니다. 지금부터 인용하는 구절이 아주 재미있어요. 오늘 할 얘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소리라는 것은 청이 좋아야 좋은 것이 아니여. 소리를 난마亂麻처럼 갈기갈기 찢어서 그 찢어진 파성破聲을 빗질하고 가다듬어 댕기 땋아 내리듯 하는 것이 좋은 소리여.’ 한말韓末의 명창 이날치라는 분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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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2.1.8
저는 이 대목에서 참으로 감탄했습니다. ‘도道는 통하는구나, 음악의 도나 불도佛道의 도나, 도는 통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오늘 이것을 가지고 나오게 된 것입니다.

파성임에도 불구하고 파성이 찢어지지 않게 들리는, 조용필의 가창력을 두고 한 말만 같다. 조용필을 비롯 우리나라의 대형 가수라면 전통음악인 창唱에 심취한 어느 한 때를 가졌다던데 창에서 터득한 가창력과 한국인의 청각 유전질과는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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