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종교인가?
Paragraph 15.1.1
불교는 종교인가?
오늘은 정기법회 겸, 초파일법회 겸 하는 법회이니까 오늘 이야기는 초파일에 중점을 두는 게 맞겠지요. 초파일 얘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초파일이라고 하니까 상당히 종교적 분위기가 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린다는 원래의 뜻도 있고, 연등도 다니까 종교 축제의 분위기가 많이 나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자연스럽게 ‘종교’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독교와 대비하면서 불교란 말을 쓸 경우에는 불교도 영락없이 종교가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영락없이 종교가 되어 버린다.’ 이 말 좀 이상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불교가 종교가 아닌데 우리가 그렇게 잘못 쓰고 있다는 느낌을 풍기지 않습니까? 그럼 도대체 종교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을 보니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에 따라 그것을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라 풀이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이 멈추는 곳은 ‘신이나 절대자’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불교는 부처님을 신이나 절대자로 생각한 일은 없기 때문에 종교의 범위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교에 ‘교敎’ 자가 들어 있는 탓에 흔히 말하는 종교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국교 등등 종교의 뜻이 분명한 용어가 많다보니 불교의 ‘교’ 자도 어느덧 그런 식의 종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불교의 경우 ‘교’ 자는 ‘가르침’ ‘교’ 자이지, ‘부처님에 대한 신앙’이라는 뜻의 ‘교’ 자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신앙’과 ‘가르침’을 구분하는 그 엄격성을 어느새 포기해 버리고 있는 거지요. 국민 중에 기독교가 몇 프로, 불교가 몇 프로 이런 식으로 쓰다 보니 으레 그런 걸로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시류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겨야 할 일인지 우리 한번 꼼꼼히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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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5.1.2
부처님 당신은 종교 창시자를 표방하신 적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교화되는 것을 극력 피하려고 노력하셨지요. 당신의 가르침이 하나의 종교로서 받아들여지는 것, 그것은 부처님으로서는 어떻게든 막고 싶은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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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5.1.3
‘종교’, 우리가 쓰는 이 종교라는 말의 연원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지만1 서양에서 종교를 릴리전religion이라고 쓰듯이 우리도 그렇게 쓰고 있지요. 또 페이스faith라는 말도 쓰고 빌리프belief라는 말도 쓰지 않습니까. 그런 용어들이 모두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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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5.1.4
엘리아데Eliade의 종교사전2을 보니까 종교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유신론적 전통에서 서양의 독특한 종교관이 형성되었으며, 거기서는 이분법적으로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릴리전religion이라는 말에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는 눈, 그게 전제되어 있고 릴리전이라는 개념에는 신神이 전제되어 있는 겁니다. 절대자인 신, 창조주인 신, 전지전능한 신과 그 신의 세계가 있고, 그 신이 만든 피조물로서의 인간과 인간세人間世가 있지요. 다시 말해 인간은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존재라고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불교는 자연히 그러한 릴리전, 즉 종교와는 연이 닿지 않습니다. 불교는 창조주로서의 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을 신의 피조물로 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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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5.1.5
그리고 페이스faith, 이것도 종교적 신앙이라고 이해하고 번역한다면, 역시 불교와는 연이 닿지 않습니다. 원래 불교는 신앙이 아니고 신앙 체계도 아니거든요. 또 빌리프belief도 믿음이라 이해할 경우, 그것이 어느 목사의 ‘믿씁니다!!’ 하는 식의 그 믿음이라면, 그것도 불교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서양의 용어들은 어느 정도 농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부 신을 전제로 하고 신과 인간을 대척시키는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용어들은 엄격하게 따질 것은 따져서 구분해서 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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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5.1.6
우리 동양권에도 샤머니즘, 유교, 도교, 대승 불교, 밀교 등 넓은 의미의 종교생활 내지 신앙생활은 예전부터 있었고 그 중 밀교나 대승 불교는 신앙적인 면이 확실히 있습니다. 대승 불교 경전 중에도, 예를 들어 법화경 같은 경우 다소 신앙적인 면이 있다고 보던데, 그걸 두고 대승 불교가 릴리전이란 뜻에서의 종교라고 말하면 맞지 않습니다. 부처를 신격화시키는 면이 있지만 신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없는 만큼 결코 서양식 릴리전의 범주에 들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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