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편 법문에서 보편 법문으로
Paragraph 11.8.1
방편 법문에서 보편 법문으로
부처님이 법을 설하시면 누구나 ‘부처님 말씀이니까’ 하고 받아들였을까요? 부처님이 법륜을 돌리신 초기를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지금 나이가 35세밖에 안 되는 분이, ‘내가 깨달았으니 나에게 와서 법을 배워라’ 하면 누가 따라오겠습니까?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나오셨을 때도 육사외도六師外道라 해서, 부처님보다 연세도 높고 수행자로서 관록도 더 긴 분들이 자칭 타칭 스승 노릇을 하고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육사외도는 그중 대표적인 분들이고 그 외에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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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2
예를 들면 부처님이 처음 출가해서 배웠다는 웃다까 라마뿟따 같은 분, 그분은 육사외도 대열에 끼지도 못하지만 500명이 넘는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또 부처님의 제자가 된 가섭 삼형제라든가, 사리불, 목건련 같은 분들도 부처님과 인연을 맺기 전에 500명씩의 제자를 거느리던 분들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윗사람, 큰스님, 도인 행세를 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바라문 출신도 아니고, 마가다국 출신도 아니고, 꼬살라국의 어떤 조그만 변방 부족 출신인 석가족의 한 젊은이가 ‘내가 부처다’ 한다고 누가 따라오겠느냐는 말입니다. 안 따라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시험하며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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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3
그런 상황에 봉착하신 부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요? 처음부터 복잡한 이론 체계를 설명하셨을까요? 그렇지 않으리라 봅니다. 예컨대 〈초전법륜경〉에 나오는 다섯 비구조차도 굉장히 회의적이었지요. “아, 당신이 옛날에 그렇게 고행할 때도 깨치지 못했는데, 잘 먹고 살찐 사람이 무슨 도를 이루었겠소?” 하면서 시큰둥하게 대한다는 말이지요. 자기를 추종하던 사람들도 그렇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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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4
그런 상황에서 부처님이 처음 펼치신 것은 주로 방편 법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접하는 체계적인 불교 교리를 설하신 게 아니라는 겁니다. 부잣집 아들 야사를 제도해서 출가시킬 때 잘 그려져 있듯이 여러 방편을 가지고 설하십니다. 필요할 때는 신통력神通力도 쓰셨습니다. 이게 경에 누누이 나옵니다. 예수님도 당신 말을 믿도록 만들기 위해 신통력을 많이 쓰신 것으로 나오는데, 내가 보기에는 부처님이 신통력을 훨씬 더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 다만, 후기로 갈수록 신통력에 대한 조심이 커지고 부처님 당신도 누누이 그 위험성을 강조하셔서 신통력과 관계된 이야기들이 소홀히 취급되어서 그렇지, 초기에는 신통력을 많이 쓰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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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5
근래 학자들은 ‘부처님은 처음부터 정연하게 아주 합리적인 말씀만 하셨고 신통력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없는데, 후세 사람들이 종교심에서 신통력을 결부시켰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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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6
부처님이 신통력을 쓰실 때는 참으로 불교답게 쓰십니다. 당신 말씀대로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도록’ 신통력을 쓰시지요. 처음도 좋다는 것은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이고, 중간도 좋다는 것은 공부를 한창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이고, 끝도 좋다는 것은 공부를 다 이룬 사람에게도 역시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 달리 볼 수도 있어요. 그 효과에서나 계율에 미치는 영향에서나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서, 어느 경우에나 부작용이 없습니다. 좋은 약도 부작용은 있기 마련인데 부처님 법이나 신통력은 부작용이 없다는 뜻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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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7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다른 큰 스승들과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종교를 비방하고 어느 종교가 더 수승하다는 뜻이 아니라, 불교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성경에 보면 미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 미친 혼들을 돼지 떼에게 옮기는데, 돼지들이 미쳐서 강물에 뛰어 들어 가 죽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국 그분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돼지를 희생시킨 거예요. 그건 처음은 좋았는데 중간이 나쁜 데 해당합니다. 사람 살리는 건 좋아요. 그런데 그 사람 살리기 위해서 돼지 아니라 어떤 미물도 희생되지 않아야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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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8
부처님은 신통력을 쓰시는데 그 신통력이 어떤 생명을 조금이라도 해치거나 그 후에 누구의 공부에 지장이 되는 일이 없도록 쓰십니다. 지혜의 완벽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처님은 누구도 추종할 수 없다는 게 당신이 신통력을 쓰시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누구 하나 다치는 법이 없어요. 또 다치도록 원인을 만드는 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참 좋은 것입니다. 그렇게 처음도 중간도 끝도 다 좋은 법을 설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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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9
이런 식으로 초기에는 신통적인 방편도 많이 쓰셨는데, 이제 교단이 안정되고 부처님에 대한 인식이 인도 대륙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까지도 부처님을 뵈러 오고, 크샤트리아 계급뿐 아니라 바라문 같은 최상위 계급까지도 찾아올 정도로 자리가 잡혔습니다. 이후 부처님은 초기만큼 그렇게 방편에 치중하질 않으시고, 가르침을 더 체계적으로 만드는 데 치중하셨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돌아가시고 제자들마저 다 돌아가셔도 이 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체계화 작업에 중점을 두셨을 겁니다. 말하자면 초기에는 사람들이 따르도록 만들기 위해서 방편을 쓰셨는데, 이후에는 사람들이 충분히 믿고 따르니까 후대 사람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법을 만드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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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0
하나의 방편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그 방편 그대로 자기 제자에게 쓰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신통력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부처님의 신통력에 감화를 받았다 해도 자기 제자에게 신통력을 쓸 수는 없거든요. 또 부처님의 한마디 말씀도 배후의 종합적인 지혜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말 한마디 듣고 어디 가서 써먹는다고 그게 그렇게 효과를 내느냐?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초기의 방편적인 말씀들은 제자들이 그대로 쓰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나쁘거나 해롭거나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대로 가져다 쓰기는 대단히 벅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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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1
따라서 이 가르침이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띠도록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방편성은 일종의 특수성이지요. 특수한 시점에 특수한 장소에서 특수한 상대를 향해서 특수한 언어나 방법으로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이 방편이라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사람에 대해서나 영향력을 발휘하고 교화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말씀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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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2
이러한 변화는 아난존자를 당신의 시자로 선택하신 그 시점부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난존자는 여러분이 경에서 많이 접해서 여러 인상을 갖고 계시겠지만, 그분은 부처님 제자 중에 미남자로 유명한 분입니다. 또 젊은 분입니다. 부처님보다 훨씬 나이가 적을 뿐 아니라, 학자들 얘기로는 부처님 아들인 라훌라보다도 어리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명도 길게 타고났습니다. 120세까지 살았다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부처님이 아난존자를 당신의 시자로 택하셨을 때는 아난존자가 대단히 젊고 활력 있는, 말하자면 연부역강年富力強한 때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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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3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에서 아난존자가 날 때부터 기억력이 아주 비상하다고 누누이 들었습니다. 기억력이 아주 비상합니다.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분이시기에 부처님 하시는 말씀 하나하나, 부처님 취하시는 행동 하나하나를 다 기억해둘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아난존자를 시자로 택하시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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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4
왜 기억력이 필요한가? 당신의 법을 정확히 기억해서 다음 대에 전달하고, 특히 앞으로 있을 경의 결집에 대비해야 했던 것이지요. 요새 같으면 녹음이나 녹화를 해두고 나중에 활용하겠지요. 당시 아난존자야말로 살아있는 녹음기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부처님이 녹음기를 옆에 두듯이 아난존자를 택해서 시봉하도록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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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5
이렇게 보면 참 중요한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아난존자와 부처님이 소위 시봉 관계를 맺을 때 두 분이 약속을 하셨지요. 아난존자는 부처님께 “제가 없는 장소에서 설하신 법은 돌아오셔서 반드시 제게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하고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부처님의 녹음기 역할을 확실하게 약속해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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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6
아난존자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설한 부처님의 법문까지 기억해야 할 이유가 뭘까? 왜 그것이 애초의 약속 사항에 들어가느냐? 그 약속은 아난존자가 요청한 걸로 되어 있지만, 달리 보면 그것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언행을 아난존자라는 녹음기에, 컴퓨터에 다 입력시키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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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7
아난존자도 그러한 각오였겠지요. 이분은 늦게 출가를 했으니까, 선배 출가자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 살아있는 바로 그 당사자들을 만나서 전부 듣는 노력을 특별히 하셨을 겁니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여시아문如是我問]” 하고 나오듯이, 그분이 부처님 생애에 일어났던 그렇게 많은 일들을 다 수집해서 기억하는 역할을 유감없이 잘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이 방대한 경이 그 은혜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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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8
어쨌든 그런 아난존자를 시자로 채택한 시점부터 부처님은 당신의 법문을 방편 법문으로부터 보편 법문으로 이행시키는 작업을 하셨을 겁니다. 그때부터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십이연기十二緣起로부터 37조도품助道品까지 많은 법들이 정리됩니다. 그것을 단순히 후기 학자들의 조작으로 보는 건 경솔한 판단인 듯합니다. 이때부터 부처님은 모처럼 나타난 법이 어떻게 이 변화무쌍한 사바세계에 길이길이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참다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강구하셨고, 그 길을 찾아서 여러 장치를 마련하셨습니다. 그 고심이 〈열반경涅槃經〉 같은 데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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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8.19
법을 설하면서도 그 법을 법수法數에 따라서 확인시키곤 하셨지요. 말하자면, ‘내가 이러이러한 법을 말했는데, 그걸 정리하면 법수로 이렇게 된다. 잘 기억하고 있느냐?’ 이런 식으로 노력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법을 체계적으로 설하시는 집중적인 노력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이 사바세계에 나오셔서 법을 설하신 그 뜻을, 그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해 내셨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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