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후보지
Paragraph 11.2.1
세 후보지
그럼 인간계에서 어디를 갈까? 오늘날 전 지구의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된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부처님이 인도를 선택하신 이유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시의 역사를 돌아보면 중국이라는 문화권이 있었고, 인도라는 문화권이 있었고, 요즘 중동이라고 부르는 문화권이 있었고, 그리스 문화권이 있었어요. 부처님이 가야 할 후보지로서 4대 문화권이 지구상에 있었지요. 그중에서 부처님이 인도를 선택하셨어요. 그런데 왜 인도냐? 또 인도 중에서도 왜 까삘라의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나는 길을 택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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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2
4대 문화권 중에 중국은 당시 격동하고 있어서 대천인이 나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나오던 시대입니다. 공자가 나오고 노자가 나오던 시대입니다. 부처님하고 시대가 비슷해요. 대단히 창조적인 시대여서 부처님이 몸을 빌려 나타날만한 장場입니다. 그런데 중국이란 후보지는 제쳤어요.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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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3
중국은 철저한 현실 문화, 현세 문화입니다. 중국은 전생도 인정하지 않고 내생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후대에 들어온 중국의 불교문화는 다르지만 중국문화 자체는 현세주의입니다. 전생도 내생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금생만 인정하지요. 기껏해야 상천, 옥황상제 정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금생에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사는 것이 최고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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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4
임어당林語堂이 그랬지요. ‘중국인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배로 생각한다.’ 그만큼 실리주의적이에요. 임어당은 이런 말까지 해요. ‘두뇌라는 것이 왜 있느냐? 생각하려고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원래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런데 두뇌를 엉뚱한 용도에 자꾸 쓰기 때문에 인간이 자꾸 복잡해진다.’ 여기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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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5
그 말마따나 중국은 형이상학이 나오지 않은 참 독특한 문화입니다. 공자, 맹자도 나오고 노자, 장자도 나오고 법가 등 온갖 사상이 나왔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 사상에는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없어요. 철저히 현실적이고 현세적입니다. 금생적이고 현생적이지요. 그러니 만리장성을 쌓아서 국경을 지키고, 대운하를 파서 민생을 돌보고, 여러 정치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데는 남들보다 선각적인 문화를 형성합니다. 심지어는 노자, 장자도 ‘노장 철학’이라고는 부를 수 있겠지만 그 태도는 현세적입니다. 형이상학적인 철학이나 논리학에 관한 한 중국은 거의 불모지예요.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징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문화권에 비하면 형이상학적인 사고에 관심이 참 옅고 현세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짙은 특색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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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6
그 때문에 중국문화는 중국적인 성격과 특징을 탈피해서 보다 넓고 보편적인 문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대단히 제한되지요. 너무 현세적이고 실제적이고 너무 중국적인 거지요. 오늘날도 그렇지요? 중국 사람들은 공산주의라는 서구의 보편주의를 수용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유사 이래 가장 보편주의적인 사상을 채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철저히 중국식으로 바꿔서 했습니다. 마오주의가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식 공산주의와 어떤 맥락이 닿는지 잘 모르겠어요. 철저히 중국화된 공산주의이거든요. 말하자면 중국에 일단 들어오면 어떤 보편주의라도 ‘중국을 위해서 얼마나 실제적 도움이 되느냐’ 하는 관심에서 형질 변화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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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7
그러니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보시기에 지구상에 몸을 받아서 전 인류에게 정법正法을 전해야겠는데, 그 후보지로서 중국은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없어요. 거기에서 정법을 펴서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빛을 드리울 가능성은 없다고 보셨기에 중국은 제쳐두셨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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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8
그 다음에 유력한 후보지로 저 그리스를 봅시다. 그 당시 그리스에는 우리가 궤변자라고 번역하는 소피스트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와 각기 독창적인 사유와 철학을 전개하고 있었지요. 그리스 철인 중에는 부처님 사상과 거의 비슷한 말을 한 이도 있었어요. 굉장히 창조적인 문화였고 활발한 무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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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9
그런데 부처님이 가만히 내려다보시니까, 이 사람들 역시나 정법과의 인연은 대단히 멀어요. 왜? 《일리아드》를 보면, 그리스인들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부와 명예입니다. 중국은 배부름이 중요한 가치인 반면, 그리스는 재산과 명예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생명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그걸 위해 생명을 던지지 않으면 비겁자이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부와 명예를 위해서는 목숨 같은 것은 초개로 여기는 것이 그리스문화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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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0
요즘 국제 정치학에서는 영국과 미국 외교의 근간根幹을 거기에서 찾고 있습니다. 국가의 위신national prestige과 국가의 이익national interest이 핵심이라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부와 명예는 그리스 문화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미국 문화에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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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1
예컨대 미국에서는 국익을 위해서 남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발상도 하게 됩니다. 우리 같으면 우리가 더 많이 팔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 사람은 왜 할 수 있느냐? 국익이라는 것이 이데올로기고 뭐고 모든 것에 선행하는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입장에서 보니까 인정이고 사정이고 다른 것들은 부차적입니다. ‘나의 이익’이야말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기본 힘이에요. 그게 그들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이다 이 말입니다. 그것은 여러 항목 중의 하나가 아니라 뿌리입니다. 우리가 요새 ‘국익’을 배우고 그걸로 무장하려는 노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것이 기본 발상법이고 그 발상의 근원지가 그리스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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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2
부처님 나오기 훨씬 전에 《일리아드》가 써졌습니다. 그 세계에서 부와 명예는 남자의 삶의 가치입니다. 부와 명예는 정법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하잘 것 없고 그야말로 뜬구름 같은 것인데, 그걸 기본 가치로 생각하는 문화에 부처님이 태어나서 어떻게 정법을 폅니까? 그리스에서 부와 명예에 비하면 철학은 이차적이고 지적인 놀음에 불과해요. 어떤 철학자가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든 그것은 다 이차적 가치이지 근본 가치는 아니에요. 그러니 부처님 보시기에 그리스는 아닌 겁니다. 그래서 거긴 또 제쳐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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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3
그 다음 후보지로 중동은 다양한 문화가 있었습니다. 이란 지방에 조로아스터교라고 있었고, 이스라엘에는 요즘 말로 유태교가 있었고, 그 외 태양신을 믿는 이집트의 문화가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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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4
중동에서 가장 비옥한 곳이라면 당시의 페르시아인데, 거기선 조로아스터가 부처님보다 앞선 시대에 나왔어요. 중국에서 배화교拜火敎라고 부른 조로아스터교는 인도를 비롯해서 다른 문화권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당시로는 대단히 수준 높은 종교였습니다. 그런데 배화교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불을 받드는 종교입니다. 그것이 아리안족의 근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인도에도 아리안족이 들어와서 한창 세력이 팽창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아리안족이 페르시아를 거쳐서 왔는데, 페르시아의 아리안족들은 배화교를 펴고 있었지요. 그 점이 아리안족의 연원을 시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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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5
그런데 불이나 믿고 불의 에너지에 제사나 지내는 것은 자연숭배의 초기 종교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거지요. 그런 사고로는 정법을 이해하기 곤란하겠지요. 초기 종교와 초기 철학적 사유가 결합된 유치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거기서 정법과 같은 고도의 사고와 실천을 잉태하긴 곤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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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raph 11.2.16
그 옆에 이스라엘이 있지만, 이스라엘은 너무 종교적이고 맹목적이어서 사고에 조금도 여유가 없었습니다.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데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과 조금이라도 다른 이설異說이나 생각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질식할 정도로 도그마에 매어 있는 사회는 부처님의 정법과 도저히 인연이 없는 것이어서 여기도 제쳐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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